16. 3. 석출 강화

금속은 기지에 미세하게 분산된 불용성의 제2상에 의해 효과적으로 강화된다. 이 때 분산된 제2상이 어떤 방법에 의해 도입되었는가에 따라 석출 강화(析出强化, precipi- tation strengthening)와 분산강화(分散强化, dispersion strengthening)로 구별하여 부르고 있다. 즉, 석출 강화란 열처리 과정을 통하여 과포화 고용체로부터 제2상을 석출시켜서 강화시키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고, 분산 강화란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서 제2상이 고용체로부터의 석출이 아닌 다른 과정, 예를 들면 분말 야금법이나 입자강화 복합재료에서처럼 제조 과정 중에 산화물, 탄화물, 붕화물 및 질화물 등의 제2상을 인위적으로 첨가해서 강화시키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또 제2상에 의한 강화 중 특별한 형태의 강화가 복합 강화(複合 强化, composite strengthening)인데, 이것은 제2상의 부피분율이 켜서 제2상이 직접적으로 하중의 많은 부분을 지지해 줄 때 사용되는 용어로서 좀더 자세한 내용은 3편의 신금속 재료편에서 서술하였다.

석출 강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그림 16-4와 같이 온도에 따른 고용도의 차이가 있어야 한다. 즉, 고온에서는 제2상이 고용되어야 하고 온도가 감소함에 따라 제2상의 고용도가 감소해야 한다. 그러나 분산강화계에서는 제2상의 고용도가 고온에서도 매우 작다. 따라서 재료가 고온에서 유지될 때 석출강화계 합금에서는 제2상이 기지 중에 재용해함으로써 고온에서는 연화(軟化)되지만, 분산강화계 합금에서는 고온에서도 제2상이 기지 중에 용해하지 않으므로 고온에서도 우수한 기계적 성질을 유지한다.
이러한 제2상에 의한 강화의 크기는 제2상 입자의 분포에 따라 달라지며, 제2상 입자의 형상, 부피분율, 평균 입자 직경 및 평균 입자간 거리가 강화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중요한 인자이다.

만일 이동하는 전위가 제2상 입자를 만나게 되면 전위는 제2상 입자를 전단하고 지나가든가 아니면 그림 16-5에 나타낸 바와 같이 석출상 사이에서 휘어 지나가면서 제2상 주위에 전위 루프(loop)를 남기게 된다. 이와 같이 전위가 휘어 지나가는데 필요한 응력은 입자간 거리의 임계거리를 갖는 Frank-Read 원의 작동에 필요한 임계 전단 응력과 같다.

따라서 최대의 강화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제2상 입자간 거리를 가능한 한 짧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같은 부피분율의 제2상 입자가 존재한다면, 제2상의 평균입자 직경이 작을수록 평균 입자간 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강화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또한 제2상 입자가 전위에 의해 전단되는 경우에는 입자의 크기가 클수록 강화효과가 커지게 된다.

16. 3. 1. 석출 강화의 기본 원칙

기지(matrix)와 석출물(precipitate)의 특성이 합금의 여러 가지 성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에 대하여 고려해야 할 인자들을 그림 16-6의 (a)에 나타내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 기지상은 연성이 크고, 석출물은 단단한 성질을 가져야 한다. 즉, 석출물은 전위 슬립에 대한 강력한 장애물 역할을 담당하고, 기지상은 합금에 최소한의 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나. 석출물은 불연속으로 존재해야만 하는 반면에 기지상은 연속적이어야만 한다. 만약 석출물이 그림 16-6의 (a)의 오른쪽 그림처럼 연속적이라면 균열이 전체조직을 통하여 전파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불연속적인 석출물에서 균열이 발생하면 그림 16-6 (a)의 왼쪽 그림처럼 석출물과 기지상 계면에서 균열 전파가 저지된다.

그림 16-6. 효과적인 분산강화에 대한 고찰

다. 석출물 입바의 크기가 미세하고 그 수가 많아야 한다. 

라. 석출물 입자의 형상이 구형에 가까울수록 응력집중을 일으키지 않으므로 균열 발생 가능성이 적어진다.

마. 석출물의 부피분율이 클수록 강도는 커진다.

16. 3. 2. 석출 강화 기구

비철 금속에서 전형적인 석출 강화형 합금인 Al-4%Cu 합금을 예로 들어 보자. 그림 2.7)에서 나타낸 바와 같이 이 조성의 합금은 500℃ 이상에서 단상의 α 고용체로 된다. 이 온도에서 냉각시키면 고용 한계선(solvus line)이하에서 제2상인 θ 상(CuAl2)을 석출시킨다. 이 θ 상은 매우 단단하고 취약한 금속간 화합물(金屬間化合物,intermetallic compound)이므로, 이 상이 강화에 이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제2상이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크기,형상 및 분포 상태가 2-3-1절에서 언급한 기준에 부합되어야만 한다.
실제로 위의 Al-4%Cu 합금을 냉각시 정상적인 속도로 냉각시키면 그림 16-7 에서 볼 수 있듯이 θ 상이 연속적인 판상의 형상 및 분포를 나타낸다.
제2상이 이러한 형상이나 분포 상태를 갖는 경우에는 강화에 기여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석출 강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그림 16-7의 아래의 왼쪽 그림처럼 구형의 θ 상이 미세하고 균일하게 분포할 수 있는 열처리 방법을 고안해야만 한다.
이것은 용체화 처리(溶體化處理,solution heat treatment)와 시효(時效,aging)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림 16-7. Al-4% Cu 합금에서 냉각시에 형성되는 미세조직

석출 강화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시 Al-4%Cu 합금(그림 16-8의 상태도 참조)을 예로 들어 설명하기로 한다.

그림 16-10. 석출과정에 대한 도식적인 예

가. 용체화 처리  

우선 합금을 고용 한계선(solvus line)이상의 어느 온도로 가열하여 균일한 α 고용체가 얻어질 때까지 유지한다. 이 때 고상선 직하의 온도로 가열하면 빠른 시간내에 균질화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비평형 공정 조직이 존재하면 이 부위에서 용융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Al-4%Cu합금에서는 공정점과 고용 한계선 사이에서 용체화 처리한다. 이 온도 범위는 500 ~ 548℃이다.

나. 급랭

용체화 처리 후에 합금을 급랭하면 원자들이 확산해서 핵생성시킬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θ 상이 형성되지 못한다. 따라서 급랭후에도 조직은 단상의 α 고용체로 된다. 이 고용체를 과포화 고용체(過胞和 固溶體,supersaturated solid solution)라 부르고, 과잉의 Cu를 함유하고 있으므로 비평형 조직이다.

다. 시효

마지막으로 이 과포화 α 고용체를 고용 한계선 이하의 어느 온도로 가열하면 과잉으로 함유되어 있던 Cu원자들이 수많은 핵생성 장소로 확산 이동하여 θ 석출물을 형성하게 된다. 따라서 이 시효 과정에서 미세한 석출물이 형성되어 강화되므로 석출 강화를 시효 강화(時效强化,age hardening)라 부르기도 한다.

16. 3. 3. 정합성(coherency)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하여 θ 석출물을 불연속적이고 균일하게 분포시킨다 할지라도 그림 16-9a)에 나타낸 바와 같이 석출물이 기지 조직의 결정 격자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태의 석출물을 부정합 석출물(不整合 析出物,incoherent precipitate)이라고 하는데, 전위의 이동 경로가 이 석출물과 정확히 만날 때만이 슬립의 장애물 역할을 한다.

그림 16-9. (a) 부정합 석출물은 기지의 결정격자와의 연결성이 없다.
(b) 정합 석출물은 기지의 결정격자와 결정학적인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그림 16-9 (b)는 정합 석출물(整合 析出物, coherent precipitate)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석출물 격자가 기지 조직의 격자와 결정학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석출물 주위에 커다란 변형장이 형성되고, 전위가 정합 석출물 근처를 지나갈 때라도 이 변형장이 전위 이동의 장애물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석출 강화를 일으키기 위해서 시효 처리시에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석출물의 상태는 정합 석출물이다.

16. 3. 4. 비평형 석출물

Al-Cu 합금의 시효 처리시 평형상인 θ 상이 형성되기 전에 여러 가지 석출물이 연속적으로 형성된다. 시효 초기에는 α 기지의 (100)면에 Cu원자가 집중되어 Guinier-Preston zone 또는 GP-I zone으로 확산해 가서 좀 더 두꺼운 석출물인 GP-∥ zone 을 형성하게 된다. 확산이 계속되면 GP-∥ zone 은 상당히 규칙도를 가지는 θ ‘상은 안정한 석출물인 θ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석출 과정을 그림 16-10에 도식적으로 나타냈다.

 그림 16-10. 석출과정에 대한 도식적인 예

한편 이 비평형 석출물인 GP-I, GP-∥ 그리고 θ'은 정합석출물이기 때문에 θ' 상이 석출될 때까지는 강도가 계속 증가된다. 그러나 부정합 석출물인 θ 상이 형성되기 시작하면 강도는 감소하게 된다. 이 상태를 과시효(過時效, overaging)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θ 상은 강화에 기여하고는 있지만, 시효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점점 성장하여 강화 효과를 잃게 된다.

16. 3. 5. 시효 온도와 시간의 영향

시효 경화형 합금의 강도는 그림 16-11에 나타낸 바와 같이 시효 시간에 영향을 받는다. 그림 16-11에서 보면 Al-4% Cu 합금을 260℃ 에서 시효 처리하면 확산 속도가 크므로 석출물이 빠른 시간 내에 형성된다. 따라서 0.1hr(6분) 이내에 θ ‘ 을 형성하기 때문에 최대 강도를 나타낸다. 즉, 6분 이상 시효 처리하면 과시효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림16-11. Al-4% Cu 합금의 항복강도에 미치는 시효온도와 시효시간의 영향

많은 Al합금의 전형적인 시효 온도인 190℃에서 시효 처리하면 최대 강도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 동안 시효 처리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더 낮은 온도에서 시효 처리하는 이유는 몇 가지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최대 강도는 시효 온도가 낮을수록 커지게 된다. 둘째로, 시효 온도가 낮을수록 최대 강도가 유지되는 시효 시간 범위가 넓다. 셋째로, 시효 온도가 낮을수록 성질이 균일해 진다는 것이다.
한편 190℃나 260℃처럼 상온 이상의 온도에서 시효 처리하는 것을 인공 시효 (人工時效, artificial aging)라고 부르고, 상온에서 시효 처리하는 것을 자연시효 (自然時效, natural aging)라고 한다. 자연 시효 처리하면 최대 강도를 얻기까지에는 수일(數日)이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인공 시효할 때보다는 최대 강도가 높고, 과시효가 안 일어난다.

16. 3. 6. 시효 강화를 위한 조건

모든 합금이 시효 강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열처리에 의해서 시효 강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사항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가. 상태도에서 보면 고용체의 용해도 한계가 온도가 낮아짐에 따라 감소해야만 한다. 즉, 용해도 한계선 이상으로 가열시에는 단상의 고용체가 되고, 냉각시에는 2상 영역에 들어가야 한다.

나. 기지상은 연성을 가져야 하고, 석출물은 단단한 상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시효 강화형 합금에서 석출물은 매우 단단한 금속간 화합물이다.

다. 급랭에 의해서 제2상의 석출이 저지되어야만 한다.

라. 최대 강도 및 경도를 얻기 위해서는 석출물이 기지 조직과 정합상태를 이루어야만 한다.